동네카페

미국 / / 2023. 4. 30. 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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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elite cafe

이곳, 앨버커키는 참 할게 없다. 아니, 뉴멕시코 전체가 야외활동을 그리 즐겨하지 않는 우리 부부에게는 참으로 심심한 동네가 아닐 수 없다. 이곳에 도착한 지 이제 두달 가량 되었는데, 그간 8번의 주말 중 뉴멕시코에서의 "관광"은 올드타운에서의 두시간짜리 쇼핑 및 까페투어 한 번과, 차로 한시간 정도 (50마일) 거리에 있는 싼타페(Santa Fe)라는 나름 예술의 도시를 한차례 다녀온 것이 고작이다. 8번이라는 주말 중 집과 차를 정하고, 한국에서 짐이 도착하기 전에 급하게 구매한 간단한 탁자/테이블, 그리고 소도구를 마련하기 위해 소진한 주말을 제외하면, 우리 부부가 온전히 휴식을 위해 소진한 주말은 정말 한 손에 꼽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는 이미 미국 남서쪽 끝에 있는 샌디에고(San Diego) 관광을 다녀왔을 정도로, 이 주변에 "한국인에게 유명한" 관광지는 정말 찾기 어려운 것 같다. 그나마 남쪽으로 240 마일 떨어진, 차로 세시간 반이 걸리는 White Sands라는, 마치 눈과 같은 흰 모래가 깔려있는 사막이 있다고 하지만 곧 출산을 앞 둔 아내와 나 둘로 이루어진 우리 가족 중에는 그러한 모래사장을 즐길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이곳에서 4년 뒤에도 살고있다면, 그때 쯤 3살이 갓 지났을 첫 딸이 그곳에서 놀아볼 수 있을까 싶다.

나는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이른 시점에 의도치않게 일이 생겨서 (사실 두달정도는 교육만 받으려고 했다) 바빠졌는데, 그래서 초기에 계획했던 로드트립 (덴버와 라스베가스)를 하지 못하게 되었고, 오히려 해가 떠 있는 낮에 아내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것은 주말에만 가능하게 되었다. 물론, 아침 여섯시에 셔틀을 타서 출근하고, 집에 돌아오면 여덟시가 다 되어가던 한국에서보다야 집에서 일곱시 반에 나가고 다섯시면 집에 돌아오는 지금이 훨씬 여유있지만, 밤거리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이 동네에서 퇴근 후 다섯시가 넘은 시각에 어딘가를 간다는 것은, 이방인인 우리에게는 선택하기 어려운 큰 모험이다. 그래서 주말이나, 혹은 간혹 랜덤하게 발생하는 평일의 휴일에는 근처 카페에 가서 브런치를 주문하고, 밀린 수다와 함께 아직 결정하지 못한 결혼사진 (1년도 더 지난)을 고르고는 한다.

한국에서는 카페를 가면 거의 항상 스타벅스에 갔다. 가장 싸고, 자리가 넓어서 오래 앉아있어도 눈치보이지 않고, 어디에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이곳의 대부분의 카페와 식당은 (심지어 개인이 작게 하는 것 조차도) 어느정도 규모가 있기 때문에 오래 앉아있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 오히려 이 여유있는 동네에서는 테이크아웃(이동네는 픽업이라고 하던데) 전문으로 하는 카페가 아니면 음료만 딱 받아서 나가는 손님을 보기가 힘들 정도다. 그리고 이방인으로서의 약간의 배려(그러고보니 이 동네의 외국인에 대한 대응에 대해서도 하고싶은 말이 많다)가 있어서일수도 있는데, 약간은 어색한 표정으로 "나 여기서 노트북 펴놓고 작업 좀 해도 되나?" 라고 물어보면 대부분의 (한가한) 카페에서는 직원이 직접 전원이 가까운 자리, 그리고 해가 적당히 드는 자리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내 입장에서 스타벅스는 앞서 말한 테이크아웃을 위주로 하는 카페 중 하나이기도 한데, 탁자가 한국의 그것과 다를 바 없이 자그마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착 초기에 몇 번 간 것 외에는 다른 카페를 찾아봤고, 최근엔 이동네 로컬 체인 중 Flying star (음료 위주)와 Satelite(브런치 위주) 두가지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곳을 가보고 있다. 미국까지 와서 굳이 체인을 골라서 찾은 것은 아니고, 이동네는 물류가 어려워서 그런가 체인이 아닌 개인 카페는 한적한 교외에만 있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다.

flyingStarCoffee flyingStarGraburitto

커피 맛을 잘 모르는 우리에게 카페 선택의 최우선 조건은 1. 자리가 넓냐, 그리고 2. 음식(케이크 혹은 브런치)이 맛있냐 이다. 그런면에서 이곳은 참 맘에 쏙 들었다. 업소가 넓고 벽을 따라 (전기를 쓸 수 있는) 테이블들이 쭉 있고, 심지어 대학가 옆인데 점심에도 손님이 그리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동네에서 브런치 (혹은 호텔 조식)으로 주로 나오는 계란이 들어간 부리또 (breakfast burrito라고 부르더라)의 이곳 메뉴명인 graburrito는 양이 좀 적은 것 제외하고는 완전 내 취향으로 매우 맘에 들었다. 나는 브런치를 먹으러 가더라도 아내보다 먼저 일어나서 배가 고프니 보통 집에서 그릭요거트랑 시리얼을 먼저 먹고 출발하는 것을 감안하면 양이 적은건 별 상관이 없기도 하다. 아무래도 종종 올 것 같은 곳인데, 혹시 할인받을 수 있는 기프트카드가 있나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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