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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국에서의 성탄절

미국에서의 첫 성탄의 컨셉은 따뜻한 겨울로 잡고, 처음으로 칸쿤에 왔다. 한 해 동안 고생한 아내와 아직 어린 아기가 추운 겨울에 잠시나마 쉬게 하는 것이 초기의 목적이었는데... 사실 젤 편하게 놀고먹는건 나인 것 같다. 외국에 나오면서 회사 노트북은 집에 두고왔기 때문에 일을 할 수도 없고, 식사준비를 포함한 집안일에서도 (내가) 해방되었기에 아내가 아이 밥멕이는 동안 틈틈히 블로그 글을 끄적일 기회도 생겼다.

칸쿤 날씨

운이 좋은건지 아님 원래 이런지는 모르겠지만 낮에 수영장에서 노는 시간에는 비가 온 적이 없다. 세렝게티 갔을 때 마냥 매일매일 비가 내리긴 했지만 물놀이가 끝난 저녁 즈음에나 내렸기 때문에 빗방울을 직접 맞은 적은 없었다. 대신에 저녁에 하는 공연이 가끔 취소되고 있는데 어차피 애기델고 온 엄빠는 볼 기회가 없으니 상관없다.

한겨울인데 한국의 봄보다 따뜻하다.

한국에선 봄에도 일교차가 좀 있어서 아침엔 꽤 쌀쌀하고 긴팔을 입지 않으면 감기걸리기 딱 좋다. 하지만 칸쿤은 북위 14도 언저리라 그런거 없이 매우 따땃하다. 여기 와서 매일 반바지에 나시만 입고 돌아다닌거같다 (밥 먹을 땐 긴바지에 반팔을 추천함, 아니면 입구컷 위험 있음). 앨버커키에선 집 바로 앞의 우편함에 택배 주으러 갈 때도 슬리퍼만 신어도 겁나 추웠는데 여긴 참 살기 좋다.

Royalton Splash Riviera Cancun

내가 다녀온 곳은 칸쿤 리비에라 지역의 로얄튼 스플래시라는 All-inclusive 리조트다. 올인클 리조트는 처음 오는지라 미리미리 공부하고 오고 싶었는데, 작년 (2022년) 겨울에 개장 한 곳이라 한국인 블로그는 당연하고, 외국의 후기조차 정말 찾기가 어려웠다. 하나 스쳐지나가듯 본 것이 있는데, 개장한 지 얼마 안돼서 아직 공사중이라 패스했다는 문장이었던 것 같다.

5년간 모은 메리어트 포인트를 털어 넣어서 올인클 리조트에서 따뜻한 성탄을 즐기는 중이다. 이 시기에 레베뉴로 예약을 하면 성인 2인 기준 1박 800달러 정도인데 (캡쳐의 3천달러는 무려 1년 뒤인 2024년 성탄 기간 사전예약), 포인트로 5연박 (4박 + 보너스 1박)에 336,000 포인트를 소비하니 하찮은 메리어트 포인트를 대략 cpp라는 (내식대로) 포성비 휴양을 하는 셈이다. 거기에 왕복 비행기 중 복편은 카드 발급으로 얻은 유나이티드 마일로 발권하면서 이번 휴가는 대략 USD 1,100 + 팁/약간의 관광세 정도를 소모하게 되었다.

사전 정보가 적다

꽤나 J에 가까운 내 입장에서 여기 오기 전 가장 궁금했던 건 이 리조트에 뭐가 있고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대한 것이었는데,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설명 만으로는 이런 것(올인클루시브)이 처음인 나에겐 많이 부족했다. 식당만 10개가 넘고, 전액 선불 개념의 리조트라 모든 식당에 인원이 붐벼서 이용시간 내 대기줄이 빠져야 하고, 심지어 일부는 추가금을 지불한 (다이아몬드 클럽) 인원만 예약이 가능한 데다가, 물놀이가 주 목적인 남국의 리조트가 복장 제한까지 단서로 달려있는 글 만으론 외국에서 외국으로 여행을 가는 내 입장에서 매우 불안했다.

그리고 리조트에 소속된 수영장이 네개에 물놀이기구, 그리고 일부는 성인 전용이기까지 해서 직접 몸으로 겪기 전엔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은 벌써 나흘째라 이곳저곳 많이 둘러보고

한끼에 식당을 두 번씩 가면서

대부분의 식당을 가봤지만 처음엔 대부분의 직원이 영어를 (나보다도) 못하기 때문에 처음 이틀은 정말 이리저리 헤메이고, 그리고 예약도 못해서 허탕 치면서 이동에만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줄 서기

사람은 줄을 잘 서야한다.

이곳에서 가장 당황스러웠던 것은 첫 날 7시에 산책 겸 아침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있는 리조트 수영장 근처 선베드들에 죄다 잡템이 하나씩 떨어져 있는 것이었는데, 잠시 뒤 알게 된 것은 저것들이 다 자리를 '찜' 한 사람들의 물건이란 것이었다. 올인클루시브 리조트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누구보다 부지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땡볕에 그늘막 하나 찾지 못해서 아이와 고생만 하다 지쳐서 숙소로 돌아가게 된다.

내얘기 아님

 

.

앞서 말했지만 이 리조트엔 10개가 넘는 식당이 있다. 하지만 아무런 준비나 시간 여유 없이 식사시간을 맞춰서 식당을 찾기 시작하면 갈 수 있는 곳이 부페밖에 없다. 특히나 이런 성수기 (성탄 시즌)엔 어딜 가도 줄이 길고, 인원이 많을수록 자리잡기 더 힘들고, 운이 안좋으면 테이블이 나뉘고 내 돈 내고 왔는데 눈칫밥을 먹게되는 경우가 생길 것 같다. 특히나 이곳에서 아마 가장 인기있는 듯 한 ZEN 이라는 철판요리 (테판야끼) 집은 아침 7시부터 저녁 예약을 받는데 어설프게 줄을 서면 아침에 한시간정도 낭비하고 예약도 못하고 돌아서게 될 테니 아빠들은 여섯시 반 정도 일어나서 후딱 가도록 하자.

약간은 미흡한 관리

투숙 인원 대비 관리인원이 극단적으로 적어서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지만 가끔 아쉬운 상황이 많다. 특히, 매일 아침 선베드를 차지하기 위한 아빠(그리고 가끔 엄마나 할머니들)의 눈치게임이 시작되는데, 나는 이틀간 아침 6시 반에 알람을 맞춰놓고 ZEN 예약을 하고, 수영장 선베드에 짐을 던져놓고 아내가 일어날 때 까지 한시간정도 폰을 보거나 이렇게 혼자 노트북을 가지고 놀았다. 매일 저녁~밤 사이에 한번은 꼭 비가 왔는데, 선베드에 올려져 있는 얇은 매트리스도 당연히 젖어서 수건을 깔고앉아도 엉덩이가 젖는다. 수영복을 입고 놀 땐 완전 건조한 뙤약볕 보단 습한게 좋지만, 물에 들어가지 않는 나 같은 경우엔 끈적이고 해서 영 좋은 기분은 아니다. 특히나 근 1년 간 비를 거의 못봤더니 더 적응이 안된다.

팁 (tipping)

리조트에 대한 팁(정보)가 아니라, 돈 나가는 tipping에 대한 간략한 조언. 오기 전에 레딧 등 여러 커뮤니티에서 봤을 땐 보통 revenue 금액의 20% 정도는 팁으로 지출 할 것을 권장하던데, 그건 좀 더 좋은 곳이거나 혹은 시킬 것이 많은 (술을 계속 요청한다거나...?) 경우에나 해당하는 것 같고, 나의 경우엔 이번 여행에서 하루에 대강 30달러정도씩 팁으로 지출한 것 같다. 사실 팁을 주는 사람도 잘 보이지 않았다.

미국에서 밥 먹고 영수증에 15

20% 사이에서 고민하면서 적는 10달러 이상의 팁(이라기보다 세금 느낌이 나는 것) 보다, 여기에서의 1

2달러가 더 효과가 크다. 선베드에 누워서 음료(술, 칵테일)나 음식 부탁할 때, 혹은 식당에서 과일 스무디 부탁할 때 조금씩 주면 바로 차이가 나타난다. 같이 주문한 바로 옆자리 사람보다 빠르게 갖다 주거나 더 큰 컵에 준다. 또 부페에서조차 즉석에서 제작해주는 요리의 경우엔 아예 구성이 달라지기도 했다. 특히 '내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다. 이 시기에 사람이 많아서 그런지, 생긴지 얼마 안돼서 아직 숙련이 덜된건지, 혹은 그냥 한국인이 근면한 것인지... 한국의 식당들에서 보던 그 일관된 질과 빠른 진행을 여기서는 많이 포기할 수 밖에 없다.

정리

간략한 브리핑같은 이번 포스팅을 마치자면... 개인적으로는 애들이 많이 자라서 물놀이를 미친듯이 좋아하는데 따뜻하고 안전한 곳이 필요하거나, 연장자와 (혹은 내가 늙어서) 오는 경우가 아니라면 굳이 다시 올인클루시브에 오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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